본문 바로가기
리뷰/제품 리뷰

달 모양 무드등 리뷰 - 자취생 필수 감성 아이템

by 브너 2021. 2. 27.

달 모양 무드등 리뷰 - 자취생 필수 감성 아이템

 

한 3일 동안 하요체를 너무 남발했더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제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포스팅을 하다가 문득 역겨운 느낌을 받았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하요체를 쓰면서 제품 리뷰를 한다? 현타가 온다.

아마 블로그를 쓰려고 준비하는 과정 중에 봤던 포스팅들의 어조가

은연중으로 글쓰는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이 드는 순간 쓰던 포스팅을 싹 다 지웠고 익숙한 어조로 다시 글을 써보려 한다.

 

 

출처:LINE 캐릭터

 

며칠 전에 무드등을 택배로 받았다. 

달 모양의 무드등인데 내가 산 건 아니고 친구가 생일이라고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내 친구들을 보면 얘는 미친놈이다 싶은 애가 몇 명 있는데 이놈도 그렇다.

만만치 않은 친구다.

 

3년전에 군대에서 처음 만났는데 같은 내무반을 써서 안 친해질 수가 없었고, 애초에 말을 걸기만 하면 대답이 바로 튀어나오는 자판기 같은 놈이라서 안 친해지기 힘든 그런 놈이다. 

성이 함씨니까 이 친구를 앞으로 함이라고 하자.

 

함은 자기만의 사상 또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기가 정해놓은 신념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그런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남이 그걸 바꾸려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며 어차피 바꿀 수도 없다. 

태생적으로 말주변을 타고나서 대등한 상대는 그의 논리를 뚫기 굉장히 힘들다.

(행정보급관이라면 모를까)

다만, 자기의 신념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먼저 공격하지 않은 이상 그의 논리와 맞설 기회는 적다.

 

함의 생일은 나보다 11일 빠른데 보통 내가 선물을 먼저 주고 함이 내게 선물을 준다.

첫 번째 생일엔 px에서 세제를 사줬는데

며칠 뒤 내 생일이 왔을 땐 건조기 돌리라고 현금 3000원을 던져줬고

두 번째 생일엔 아이즈원 앨범을 사줬더니 며칠 뒤에 우주소녀 앨범을 던져줬다.

 

결국 이번 생일의 받은 선물이 무드등이라는 얘기는 내가 함한테 무드등을 선물로 줬다는 얘기다.

이게 다 함의 신념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인데

함의 100가지 신념 중 하나로 선물을 받기 싫어하지만 받은 이상 그대로 돌려준다는 신념이 있어서 그렇다.

마치 살아있는 함무라비 법전을 보는 듯하다. 

이번 리뷰로 찾아보니 심지어 가격도 똑같았다.

 

이제 본론은 끝났고 여흥이 식기 전에 무드등을 포스팅해보자.

이렇게 생겼다. 영롱하지 않은가?

뒤쪽으로 질서 있게 퍼지는 문양이 나의 자취 감성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다.

 

 

이 사진은 무드등을 받은 당일날 찍은 사진인데 아직 3시밖에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취방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형광등을 끄기만 해도 저녁 SWAG를 느낄 수 있다. (무드등 가성비 甲)

 

 

 

불을 켜면 영롱함이 사라진다. 

 

 

 

불을 끄고 나면 옆에 있는 USB선이 눈에 거슬린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빨리 과학이 발전돼서 만 원짜리 무드등에도 무선 충전을 도입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건전지는 멋이 없으니까 말이다. 

 

 

보다시피 USB 단자로 연결하는 방식이라 책상 공간이 널찍하다면 컴퓨터 옆에 두고 쓰면 좋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책상이 좁아 둘 수가 없었다.

나중에 돈 많이 벌게 되면 그때 옆에 둘 예정이다. 

 

 

 

무드등 본체안에 들어 있는 자그마한 조명들은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 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은 항상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법.

조명들은 가늘고 기다란 알루미늄에 붙어 있는데 알루미늄 선을 무드등 본체의 구멍 사이로 직접 쑤셔 넣어 주어야 한다.

예비 자취생들은 반드시 기억하라.

자취하면서 감성 챙기는 짓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당연히 이 무드등 본체가 처음부터 달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인과관계는 있지만 공짜는 없다. 

나처럼 형편없는 매듭 솜씨를 가진 사람은 이런 처참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귀찮은 과정을 거치면 밤이 되면 이런 영롱함을 얻을 수 있다.

오늘도 멋진 밤이다.

 

 

댓글